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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론 ]
" 당신 보다 먼저 떠나는 날 용서해요. "
초신화급 [ 반려동물장의사 ]
의 신관
아이는 동물을 사랑했습니다. 하지만 사랑스러운 동물들이 죽어갈 때, 아이는 아무것도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었습니다. 그것이 너무나도 슬펐던 나머지 아이는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하지만 찾아낸 것이라고는 그 아이들의 장례식을 치러주는 것밖에 없었습니다. 그런 아이의 소문이 퍼져 주변 사람들의 귀에 들어갔고 하나둘, 부탁을 들어주다 보니 자연스럽게 많은 사람의 입에 오르내리게 되었습니다. 별로 흔하지 않은 직업의 재능인 것도 한몫했겠죠.
-아이는 모두와 거리를 좁히고 싶은 것인지 아니면 다른 것인지는 모르나 모두에게 반말을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나긋나긋하고 부드러운 말투 때문인지 크게 무례하다는 느낌을 주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오래전부터 잘 알고 있던 사이 같은 따듯한 느낌을 주었죠. 물론 사람에 따라 느끼는 바는 다르겠지만요. 또한, 아이는 당신에게 동물 이름으로 별명을 붙여 부르는 것을 좋아한답니다. 사랑스러운 카나리아야, 귀여운 햄스터야, 명랑한 구관조야, 이런 별명으로 당신들을 부르는 것을 좋아하지요. 그리고 아이는 특이하게도 동물들에게는 경어를 사용했답니다. 직업의 영향이 큰 모양이었죠.
-아이의 외형에 대해 조금만 설명하자면 우선 골격이 반듯하게 잡힌 몸으로 어깨가 꽤 넓었답니다. 골반이 그렇게 좁은 것은 아니었는데 어깨가 넓은 탓일까 꽤 좁아 보여 흔히들 말하는 역삼각형의 상체를 띄고 있었어요. 그는 근육도, 살도 최소한의 양만 붙어있는 꽤 마른 몸이었는데 굳이 따지자면 마른 근육의 소유자였답니다. 먹는 양이 많지 않은 것도 있었고, 아마 체질 탓이 컸을 거예요. 그가 움직이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을 보아 하면 말이죠. 손은 키에 맞게 꽤 큰 편이었어요. 손가락 역시 길게 뻗어 있는 것이 대부분의 타인의 손은 한 손에 쏙, 들어오는 크기였죠. 그 위로 쓰인 가죽 재질의 반 장갑은 무엇을 가리고 있는 것인지, 숨기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벗는 일이 없다 싶었답니다. 아, 그래. 단 한 순간에만 벗곤 했던 것 같네요. 죽은 동물들의 사체를 어로 어 만질 때. 어째서인지는 물으면 동물들의 죽음의 촉감을 잊지 않기 위해서, 라고 했던가.
-아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하여 얘기해볼까 해요. 아이는 꽤 화려한 것을 좋아했어요. 아이가 항상 머리에 쓰고 다니는 사슴 머리 뼈 위에 장식되어있는 화관을 보면 쉽게 알 수 있었죠. 하지만 직업이 직업인 만큼 화려한 색의 옷을 입을 수가 없어 그 점에 대해서는 아쉬워하는 것 같았답니다. 그리고 또한 꽃을 좋아했죠. 특히나 맡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향기로운 꽃향기를 좋아했습니다. 좋아하는 만큼,타인에게 선물하는 것도 즐겼습니다. 먹는 것 자체는 별로 흥미나 욕심이 없어 가리는 것도 특히 선호하는 것도 없었는데 맛이 있든 없든 타인이 해준 음식만은 꼭 남기지 않고 다 먹곤 했습니다.
-아이는 독서와 음악을 듣는 것을 좋아했어요. 장르라던가 가리지 않고 말이죠. 장르를 가리지 않는 것은 아마 독서나 음악 감상을 좋아하는 다른 누군가와 쉽게 공통된 취미를 공유하고 싶기 때문인듯합니다. 타인과 공통점이 있다는 것은 무엇보다도 쉽게 소속감을 느낄 수 있으니까요.
-아이는 몸이 그렇게 건강하다고 할 수 없었습니다. 상처가 생기면 쉽게 아물지 않았고 질병에 쉽게 몸이 병들곤 했습니다. 거기에 제일 치명적이라고 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은 아마 청력일 것입니다. 아이는 귀가 잘 들리지 않았습니다. 자신의 목소리는 뚜렷하게 잘 들려 대화에는 문제가 별로 없었으나 작은 소리는 잘 듣지 못하는 모양입니다. 그러니 아이와 대화를 할 때는 제스쳐를 크게, 목소리도 크게 해주면 감사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멀리서 아이를 불러도 아이가 반응하지 않는 것을 너무 마음 깊이 담아 두지 않았으면 한답니다. 분명 아이도 그러지 않기를 바랄 거에요.
-아이는 불을 싫어합니다. 주사도 싫어합니다. 무언가 타들어 가는 냄새를 특히나 싫어합니다. 그래요, 장례 의식에서 쓰이는 방법과 연관되어있는 것들을 별로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타들어 가는 냄새를 싫어해 담배도 별로 좋아하지 않고 사실 타버린 음식도 별로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바늘은 안락사가 떠올라 좋아하지 않는 것도 있지만, 상처가 생기면 쉽게 낫지 않는 자신의 몸 때문이기도 하겠지요. 누가 아픔을 달가워할까요. 혹여 그런 사람이 있다고 해도 적어도 이 아이는 아니었습니다.
-아이는 오른손잡이였습니다. 모든 일에 있어서 오른손이 먼저 나왔고 오른손만으로 할 수 있는 것은 꽤나 많은 편이었으나 왼손 하나만으로는 정말 할 줄 아는 것 하나 없었습니다.
기타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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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지품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은 도금된 새장 , 호랑이의 머리 뼈 , 메리골드라고 적힌 작은 유골함